[화담일보=김서율기자] 회당 60~90초 길이의 짧은 드라마를 휴대전화로 보는 ‘마이크로드라마’가 영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BBC는 8일 중국에서 성장한 이 형식이 영국 전용 앱 출시와 기존 방송 콘텐츠의 재편집 계획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현재 유럽에서 마이크로드라마 시청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마이크로드라마는 빠른 전개와 극적인 회차 마무리가 특징이다. 금지된 사랑, 가족 갈등, 정체를 숨긴 억만장자 등이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한 시리즈가 대체로 50회 이상으로 구성돼, 전체를 이어 보면 장편영화와 비슷한 분량이 된다. 지난주에는 드라마 ‘네이버스’의 기존 이야기를 초단편 세로형 에피소드로 다시 구성한다는 제작진의 발표도 나왔다.
중국 출신 영화 제작자 서맨사 선은 이 형식이 2010년대 후반 중국에서 온라인 소설을 저렴하고 빠르게 영상화하면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가광파전시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마이크로드라마 시장 규모는 1000억 위안, 약 110억 파운드를 넘었고 시청자는 8억 명을 웃돌았다. 한국과 인도,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으며 프라임, 피콕, 디즈니플러스는 서비스에 마이크로드라마를 추가할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에서는 자국 최초의 마이크로드라마 전용 앱을 표방하는 태틀TV가 올해 출시됐다. 왕립텔레비전협회도 올여름 관련 업계 토론회를 열었다. 기업들은 이 형식을 소셜미디어용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제이미 올리버와 코옵의 제작물, 채널4와 솔데자네이루의 협업 등이 사례로 소개됐다.
시청자들이 꼽는 매력은 짧은 틈에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앵글리아러스킨대의 티나 켄들 영화·미디어 부교수는 이를 가볍게 시청을 시작하고 중단하는 흐름과 연결했다. 시청자들은 자녀의 하교를 기다리는 차 안이나 집안일을 하는 동안에도 드라마를 본다고 말했다. 시청자에서 업계 자문가가 된 젠 쿠퍼는 초기에는 로맨스 콘텐츠를 찾는 중년 여성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시청층이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전용 앱은 보통 초반 몇 회를 무료로 공개한 뒤 구독을 요구한다. 캔디자르의 연간 구독료는 49파운드, 드라마박스는 110파운드다. 대부분의 앱은 주간 구독이나 광고 시청을 통한 무료 회차 이용도 제공한다.
제작업계는 촬영 기간과 비용에도 주목한다. 제작사 블랙스완의 설립자 헤이든 웨이클링은 총 60~90분 분량의 작품을 촬영하는 데 통상 2주가 채 걸리지 않아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일스 제작사 스페어애로의 샬럿 브로큰브로는 대본과 영상의 호흡이 늘어지면 시청자가 지루해져 다른 영상으로 넘어갈 수 있어 빠른 전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이야기와 여성 묘사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은 중국 제작사들이 성공한 공식을 조금씩 바꿔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스코틀랜드의 시청자 헤더 샤록도 같은 이야기가 배경만 달라진 채 반복된다며 억만장자 최고경영자 소재에 싫증이 났다고 말했다. 일부 팬들은 여성을 비하하는 줄거리나 폭력과 성폭력을 조악하게 묘사하는 방식도 지적했다.
배우 코코 테일러는 여성혐오적이라고 느낀 작품의 출연을 거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테일러와 많은 팬들은 미국·영국 집필진의 참여가 늘면서 서사가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코미디와 스릴러, 공포로 장르가 넓어지는 점을 반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