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최태하기자]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석방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점령지 서안지구에서 반복적인 체포와 심문으로 일상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자지라는 11월 8일 전 수감자들의 증언을 통해 재구금과 가택 수색이 취업과 생계, 가족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체포 위협 때문에 가명을 사용한 아흐메드 아베드(43)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22년간 복역한 뒤 2025년 1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수감자 교환 합의로 풀려났다. 그는 석방 이후 여섯 차례 체포됐고 다섯 차례 심문을 위해 소환됐다고 말했다. 석방 며칠 뒤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으로부터 작은 실수라도 하면 다시 체포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아베드는 체포 때마다 군인들이 집을 급습했으며, 자신이 밤에 집 밖에 있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체포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이스라엘군이 활동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가족이 밤새 잠들지 못하고, 일부 이웃은 함께 수색당할 것을 우려해 집을 떠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구금 과정에서 수갑을 차고 눈을 가린 채 수㎞를 걸었으며 음식과 물을 받지 못하고 폭행과 모욕을 당했다고 말했다.
아베드는 “매번 감옥에 다시 보내겠다고 위협해 몸의 3분의 2는 여전히 갇혀 있고 3분의 1만 밖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 때문에 친척들이 피해를 볼까 봐 가족 모임을 피하고 가까운 가족과만 교류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장교로부터 모스크에 기도하러 가면 체포하겠다는 경고도 받았다고 전했다.
교도소에서 학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반복 체포 사실을 알게 된 고용주들이 채용을 거부해, 기본 생활비를 일용 노동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서안지구 칼킬리야의 또 다른 전 수감자는 군의 수색 작전 과정에서 평균 주 두 차례 체포된다고 전했다. 그는 심문 중 축구장에 가면 체포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며 축구 심판으로서의 일자리도 위태로워졌다고 말했다.
같은 도시의 전 수감자로 가명을 쓴 압둘라도 2000년 석방 이후 다시 구금된 기간을 합하면 17년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2023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행정구금 상태에 있었으며, 신체적·정신적 고문을 당하고 체중이 60㎏ 줄었다고 말했다. 일곱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그는 반복 체포로 몇 시간씩 구금됐다 풀려나는 동안 자녀들이 공포에 떨고 집이 수색당했다고 전했다. 고용주는 잦은 구금에 불만을 품고 그를 대신할 사람을 구했다.
압둘라는 이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을 경작하기 시작했지만 체포와 위협 때문에 농사 일정도 지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주기와 농약 살포, 밭갈이를 제때 하지 못하면서 수확에 차질이 생겼고 이익보다 손실이 커졌다는 것이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체포 작전이 이어졌다. 군인들은 도시와 난민촌, 가정에 진입하고 군 검문소에서도 전 수감자들을 체포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지원단체들은 2023년 10월부터 2026년 10월 초까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에서 약 2만6000건의 체포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여성 800명 이상과 미성년자 약 2000명이 포함됐다. 이 집계는 이후 석방된 사람까지 포함한 체포 기록으로, 현재 수감 중인 인원만을 뜻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수감자협회의 아마니 사라흐네 대변인은 체포 작전이 밤낮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하루 평균 10∼15명이 체포돼 구금 상태에 남는다고 말했다. 체포는 야간뿐 아니라 낮 시간과 군 검문소, 현장 심문 과정에서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사라흐네 대변인은 체포 과정에서 폭행과 가혹행위가 빈번하며, 수갑을 차고 눈이 가려진 채 장시간 구금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가택 수색과 소지품 반출뿐 아니라 체포 대상자의 아내나 자매 등 가족을 인질로 삼아 압박하는 방식도 동원된다고 말했다.
그는 반복되는 작전으로 주민들 사이에 ‘공포의 일상화’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군이 언제든 마을이나 공공장소에 들어와 사람들을 체포할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살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이 수감자와 가족을 넘어 지역사회의 인간관계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