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기와 표현의 경계를 흔들며 1990년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장정일 작가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와 이를 스크린으로 옮긴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이 27년 만에 온전한 모습으로 관객 곁에 돌아온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손길을 거쳐 복원된 '거짓말: 4K 무삭제 완전판'이 오는 11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전국 극장에서 개봉을 확정 지었다.
1996년 출간된 원작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파격적인 성애 묘사와 관습을 깨뜨리는 서사 구조로 출간과 동시에 거센 외설 시비에 휩싸였다. 이듬해 장정일 작가는 음란문서 제조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충격적인 과정을 겪었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거쳐 2000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까지, 이 사건은 문학적·예술적 가치와 사법적 음란성 기준에 대한 대대적인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 대표적 사례였다.
소설을 둘러싼 거센 논란은 영화화 과정에서도 되풀이됐다. 장선우 감독은 텍스트가 가진 상상력의 영역을 배우의 신체와 카메라의 시선이라는 영상 언어로 재구성했다. 영화는 제이(이상현 분)와 와이(김태연 분),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우리(전혜진 분) 사이에서 폭주하는 욕망과 가학과 피학의 유희, 그리고 파멸로 치닫는 인간의 낯선 본능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은 1999년 제5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국내 무대의 장벽은 높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나 등급 보류 판정을 받는 난항 끝에, 결국 핵심 장면들을 대거 삭제하고 수정한 뒤에야 2000년 1월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소설이 활자와 문장을 둘러싼 법적 단죄를 받았다면, 영화는 시각적 수위와 상영 등급이라는 검열의 칼날을 맞닥뜨린 셈이다.
이번에 상영되는 '거짓말: 4K 무삭제 완전판'은 삭제되었던 분량을 완전 복원한 112분 판본이다. 그동안 반쪽짜리 편집본으로만 소비되어야 했던 장선우 감독의 연출 의도와 작품의 본래 형상을 마주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하나의 파격적인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활자 매체에서 영화라는 시각 매체로 이행하며 겪었던 잔혹한 시대적 진통, 그리고 2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4K 화질의 무삭제판으로 다시 스크린에 올려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시대를 앞서갔던 잔혹하고도 아련한 욕망의 기록이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어떠한 질문을 던질지 기대가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