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S뉴스=교육취재팀] 제조업 현장의 허리 역할을 맡은 중간관리자들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성과를 독려하는 상부의 요구와 명확한 납득 없이 움직이지 않는 신규 세대 실무진 사이에서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탓이다. 신세대 구성원들이 직무 지시 앞에서 던지는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는 반응은 관리자들에게 극심한 소통 피로감을 안긴다. 여기에 직장 내 괴롭힘 이슈로 인해 정당한 업무 지도마저 꺼리는 ‘방관형 리더십’이 확산하면서, 관리직 보직 자체를 기피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밀 부품 및 첨단 제조 공정에서 소통의 단절은 단순한 정서적 갈등에 그치지 않고 치명적인 산업재해의 도화선으로 직결된다. 위계적이고 경직된 조직일수록 실무자가 공정 내 잠재 위험이나 사소한 실수를 은폐하기 쉽고, 이는 통제 불능의 중대재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지시’를 ‘참여와 합의’로 전환하는 현장 밀착형 리더십 프로그램이 집중 도입되어 주목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연수원에서는 지난 6월 1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대덕전자 관리감독자를 대상으로 한 ‘퍼실리테이션형 코칭리더십’ 집중 육성 과정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대한산업보건협회 KIHA 에듀센터 외래 코치이자 현장 코칭 전문가인 김진희 교육학 박사(태평코치)가 전담한 이번 교육은,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를 전면 탈피하고 관리자가 직접 질문 구조를 개편하고 실무 회의를 설계하는 100% 실전 참여형 워크숍으로 진행되어 전 회기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사진 출처=KCS뉴스)
체르노빌 참사 교훈에서 듀폰 모델까지… ‘심리적 안전감’이 무재해 이끈다
회기당 3시간씩 압축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산업안전의 태동 배경과 인문학적 조직 진단을 연결하며 문을 열었다. 1부 ‘안전 문화의 개요’에서는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직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정의한 ‘안전 문화’의 본질을 짚었다. 당시 참사의 직접적 뇌관은 기계적 결함 이전, 생산 공기를 맞추기 위해 정규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상명하복을 강요했던 경직된 위계질서에 있었다. 성수대교 및 삼풍백화점 붕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등 국내 주요 사회적 참사 역시 침묵을 강요하는 조직 토양에서 발현됐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분석됐다.
이어 세계적 화학기업 듀폰(DuPont)의 안전문화 성숙 지표인 ‘브래들리 커브(Bradley Curve)’를 통해 자가 진단이 이뤄졌다. 안전을 운이나 본능에 맡기는 1단계(자연적 본능), 감시와 처벌 규정에 기대는 2단계(의존적), 작업자 개인이 스스로 수칙을 지키는 3단계(독립적)를 넘어, 전 동료가 서로의 불안전 행동을 격려와 질문으로 교정해 주는 4단계(상호의존적)로 진입해야 완전한 무재해가 완성된다는 분석이다. 대다수 제조 공정이 2~3단계에서 정체되는 결정적 원인으로는 위험 신호를 가감 없이 발언하지 못하는 폐쇄적 공기, 즉 ‘심리적 안전감’의 부재가 지목됐다.
2부 ‘관리감독자의 안전문화 리더십’에서는 구글(Google)의 조직 효과성 연구인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 분석 결과가 공유됐다. 180여 개 팀을 추적 조사한 결과, 탁월한 생산성을 내는 최우수 조직의 제1조건은 구성원의 스펙이나 역량이 아닌 하버드대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정립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었다. 관리감독자들은 준비된 7개 문항 진단지를 통해 본인 부서의 소통 개방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단순 지시형 훈계인 티칭(Teaching)과 동기부여 중심의 코칭(Coaching)의 차이를 체감했다. 목표(Goal)·현실(Reality)·대안(Options)·실행 의지(Will)로 수렴되는 ‘GROW 모델’과 함께, 질책성 ‘왜(Why)’ 대신 대책 중심의 ‘무엇(What)’과 ‘어떻게(How)’로 질문을 재설계하는 기법을 체화했다.
3부 ‘관리감독자의 현장 의사소통 기술’에서는 객관적 사실(Situation)과 구체적 관찰 행동(Behavior), 그것이 안전과 공정에 미치는 영향(Impact)만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SBI 피드백’ 훈련이 이어졌다. 주관적 비난이나 인격적 공격을 배제하고 안전 행동만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안전관찰대화법 실습은 관리자들의 오랜 관성을 깨뜨리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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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훈계 대신 열린 질문으로… 현업의 언어를 바꾸다
실습 현장은 관리감독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생생한 업무 갈등을 재료로 삼았다. “이거 다 됐어?”, “도대체 일을 왜 이따위로 처리했어?” 같은 폐쇄형 질책을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척됐으며, 납기 내 완성을 위해 내가 지원할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협업형 질문으로 바꾸는 리라이팅 작업이 집중됐다. 납기를 초과한 지연 건이나 마감 직전 제출된 부실 보고서 등 실제 현업의 고난도 상황을 부여받은 관리자들은 코치, 피코치, 관찰자로 역할을 나누어 3인 1조 롤플레이를 진행하며 자신의 대화 패턴을 객관적으로 복기했다.
워크숍 후반부는 부서 간 장벽 허물기,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참여율 제고, 공정 회의 생산성 강화를 안건으로 삼은 모의 퍼실리테이션으로 채워졌다. 포스트잇을 활용한 현황 브레인스토밍, 다중 투표, ‘실행 용이성-효과성’ 매트릭스를 거치며 팀별 실행 합의문이 한 줄로 압축됐다. 각 조가 완성한 전지는 벽면에 일제히 부착됐으며, 참가자들은 회의실을 순회하며 응원과 조언을 덧붙이는 ‘갤러리 워크’를 통해 집단지성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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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도출된 대덕전자 관리감독자들의 5대 핵심 실천 약속은 ▲1일 1회 이상 열린 질문 구사 ▲작업 전 TBM 시 구성원 참여 질문 필수 도입 ▲공개 장소에서의 질책 금지 ▲지적에 앞선 안전 준수 행동 선제 칭찬 ▲주 1회 15분 경청 면담 배정 등으로 집약됐다. 전 참가자가 자필 서명한 ‘리더십 서약서’는 30일간의 현업 안착 프로젝트로 연결됐다.
10회기 전 과정을 이끈 김진희 박사는 “오늘날의 생산 현장 인재들은 권위적인 지시에는 움직이지 않지만, 타당한 존중과 구체적인 질문에는 능동적으로 반응한다”며 “TBM 진행 시 관리자가 ‘오늘 우리 라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 하나만 던져도 공정의 긴장도와 안전 감수성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역설했다. 이어 “사소한 이상 징후나 실수를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조직적 신뢰가 구축돼야만 대형 재해를 선제 차단할 수 있다”며 “교육장에서 직접 작성한 실천 서약 한 줄을 현업에서 30일간 지속해 나가는 것이 관성적 지시자를 진정한 퍼실리테이터로 탈바꿈시키는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