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업종 축소 추진으로 지역 의료와 관광 인프라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병·의원과 직접 운영하는 호텔을 공제 대상에 다시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과도한 공제 배제가 지역 필수 서비스의 공백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기존 1,205개에서 727개로 대폭 줄였다. 이 과정에서 병원과 호텔업이 대상에서 전면 제외됐고, 피상속인의 경영기간 요건도 사실상 30년으로 강화됐다. 당초 업종 축소는 일부 대형 베이커리 카페나 주차장업 등 편법 남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으나, 병원과 호텔의 경우 명확한 부작용 사례가 제시되지 않았음에도 공제 혜택에서 배제되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의료계와 관련 업계에서는 실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반발이 적지 않았다. 병원은 법적으로 의료인 자격이 있어야 개설할 수 있으므로, 상속인이 직접 진료에 종사하지 않는 한 가업 승계가 불가능하다. 즉, 부동산이나 재산만 편법으로 물려받는 구조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올해 6월 말 기준)를 보면,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3,361곳 중 57.4%에 달하는 1,928곳이 개인이 개설·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은 지역 현장에서 입원, 수술, 분만, 응급 등 핵심 의료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나 분만 인프라의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이 유일한 지역도 적지 않아, 막대한 상속세 부담으로 폐업이 잇따를 경우 곧바로 지역 의료 공백으로 직결될 위험이 크다.
호텔업계의 사정도 비슷하다. 호텔은 숙련된 인력과 서비스 노하우가 핵심인 고용집약적 산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관광산업조사’에 따르면 전국 2,485개 호텔에 4만 7,629명의 종사자가 근무 중이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의 인허가 데이터를 보면 30년 이상 업력을 유지한 호텔은 전체의 8.6%에 불과하다. 정부가 제시한 엄격한 경영기간 요건을 충족한 극소수의 장수 호텔마저 단지 업종이 배제되었다는 이유로 가업승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지방의 경우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호텔이 문을 닫으면 이를 대체할 만한 숙박 시설이 마땅치 않다. 이는 체류형 관광객 감소로 이어져 지역 상권과 관광 소비 전반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의료 분야와 마찬가지로 지역 관광 인프라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정할 때 필수의료 병·의원과 호텔업을 법률상 명시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대상은 입원, 수술, 분만, 소아, 응급 등 필수의료를 지속 제공하는 의료기관과, 객실·식음료·연회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호텔로 한정된다.
아울러 제도 악용을 차단하기 위한 사후관리 규정도 함께 강화했다. 공제를 받은 이후 사후관리 기간 동안 필수의료 제공, 호텔 직접 운영, 고용 유지 등 필수 요건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공제받은 세액을 전액 추징하도록 했다.
김상훈 의원은 “편법 승계를 차단하겠다는 명분으로 업종 전체를 묶어 배제하면, 수십 년간 지역 사회를 지켜온 병원과 호텔마저 폐업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며 “법 개정을 통해 지역에서 필수의료와 관광 인프라를 실제로 유지해온 곳의 정상적인 승계는 지원하고, 편법 행위는 엄격한 사후관리를 통해 걸러내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