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인드24 문화탐구 제1편 | 문화기획 특집
국경을 건너는 음악은 많다. 그러나 한 나라의 언어와 청년 문화가 세계 여러 도시의 일상으로 들어가고,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현상은 더 깊은 설명을 요구한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 성취를 음반 판매량과 시상식 기록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BTS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의 역사와 사회를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다. 음악에 이끌려 먼저 감정을 느끼고, 가사와 영상을 거쳐 그 노래가 출발한 문화로 관심을 넓혀 가는 경우가 있다. BTS가 세계 대중음악에서 보여준 문화적 의미는 바로 이 이동의 과정에 있다. 한국의 지역적 경험이 보편적인 감정과 만나는 방식, 그리고 음악을 매개로 문화의 경계가 재구성되는 방식이다.
한국 청년의 경험이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되다
BTS의 초기 노래에는 진로 선택과 경쟁, 성공에 대한 압박처럼 한국 청년에게 구체적이었던 문제가 등장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주제는 사랑과 상실, 불안, 자기 이해,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일로 확장되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한국 사회에 있지만 질문은 특정 국적에만 속하지 않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가. 남이 정한 성공의 기준으로 살아야 하는가. 실패하거나 흔들리는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러한 서사는 세계화를 위해 국적을 지운 이야기와 구별된다. 음악은 한국어라는 언어적 흔적, 서울과 한국의 청년 문화라는 출발점을 지니면서도 다른 나라 청중이 자신의 기억을 겹쳐 놓을 여백을 남겼다. 문화가 세계적으로 공감받는다는 것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경험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 다른 경험의 밑바탕에서 닮은 문제를 발견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 점은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국제적으로 읽히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가족 관계와 교육 경쟁, 사회적 불평등과 관계의 갈등처럼 지역적으로 구체적인 소재가 사람의 보편적 질문과 연결될 때, 문화적 차이는 장애물만이 아니라 작품을 읽는 흥미로운 단서가 된다.
장르를 결합해 새로운 음악적 문법을 만들다
BTS를 하나의 장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힙합에서 출발한 팀의 음악은 팝과 R&B, 록, 일렉트로닉 사운드, 발라드와 실험적인 편곡을 넘나든다. 랩은 서사를 밀도 있게 전개하는 통로가 되고, 노래는 선율의 반복과 화성으로 정서를 길게 남긴다. 한 곡 안에서도 리듬의 밀도가 달라지거나 보컬과 랩의 공간이 교대한다.
장르의 혼합 그 자체가 예술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음악적 재료가 왜 함께 놓였는지, 그 배치가 노래의 주제와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다. 강한 비트와 절제된 목소리의 대비, 군무가 절정으로 이끄는 부분과 독창적인 음색이 가까이 들리는 부분은 청중에게 서로 다른 감상의 리듬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K팝은 음반의 음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 종합예술의 성격을 강화했다. 작곡·편곡뿐 아니라 퍼포먼스, 무대미술, 조명, 촬영, 패션과 영상의 편집 방식이 같은 작품 안에서 만난다. 그 완성도는 멤버들의 재능뿐 아니라 다수의 창작자와 기술 인력, 기획·제작 현장의 협업을 통해 나온다. 창의성을 개인의 영감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전문적인 협업의 결과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사진 1 2019년 6월 2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BTS.
공연장의 경험은 어떻게 공동의 예술이 되는가
2019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은 BTS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다. 거대한 공간의 조명과 응원봉, 관객의 합창, 무대 위 움직임이 함께 구성한 풍경은 녹음된 음원을 혼자 듣는 경험과 다르다.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인 동시에 공연의 분위기를 함께 형성하는 참여자가 된다.
이러한 참여성을 한국 전통의 마당 공연과 곧바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 제작 시스템과 미학, 역사적 조건은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무대의 예술이 관객의 호응 속에서 다시 만들어진다’는 관점은 한국 공연문화의 여러 장면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판소리의 추임새나 공동체 연희의 응답에서 확인되는 관객의 능동성은 오늘날 공연장에서 새로운 기술과 규모로 전혀 다른 모습을 얻었다.
공연예술의 가치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동작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독창적인 표정과 호흡, 라이브 현장의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한 작품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BTS의 무대는 정교함과 현장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큰 규모의 공연일수록 이 두 요소의 균형이 중요하다.
한국어가 세계인의 문화적 호기심을 깨우다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영어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BTS의 기록을 이야기할 때 2020년 발표한 영어 곡 ‘Dynamite’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동시에 BTS는 그 이전부터 한국어 중심의 작품으로 국제 팬층을 형성해 왔다. 성공의 경로가 어느 한 언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BTS를 2020년과 2021년 연속 ‘글로벌 레코딩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에 선정했다. 이 상은 한 곡의 인기가 아니라 해당 연도 전 세계의 음반·디지털·스트리밍 소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화의 이동은 순위표보다 복잡하다. 해외 팬이 한국어 가사를 번역하고, 문화적 배경을 설명하고, 노래의 문맥을 서로 토론하는 과정에서는 청중 자신이 하나의 비공식 문화 매개자가 된다. 번역은 의미의 전부를 완벽하게 옮기지 못할 때도 있지만, 서로 다름을 알아가려는 노력 자체가 문화적 교류를 만든다.
이는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교훈을 준다. 세계 시장을 의식해 한국적 요소를 모두 지워야 하는 것도, 반대로 고유성을 신비한 상징처럼 과장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언어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다른 문화권의 청중이 그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맥락과 해석의 통로를 열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팬덤 아미가 바꾼 문화의 전달 방식
BTS 팬덤 ‘아미(ARMY)’는 음악 소비자의 역할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일부 팬들은 자발적으로 노래의 가사를 번역하고, 공연 경험을 기록하며, 온라인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국적이 다른 팬들이 서로의 표현을 배우고 협력하면서 같은 음악을 여러 언어로 설명한다.
이 모든 활동을 하나의 팬덤 성격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팬덤 안에는 연령과 경험,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하고 상업적 소비와 자발적 참여가 섞여 있다. 그럼에도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이 방송사와 음반사의 일방적인 전달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청중이 작품을 해석하고 다음 청중에게 소개하면서 문화는 여러 경로로 움직인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러한 이동을 빠르게 만들었다. 동시에 알고리즘의 영향, 과도한 성과 경쟁, 온라인 집단 사이의 갈등이라는 과제도 생겼다. 팬 참여의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열정의 규모뿐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방식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2026년 ARIRANG에 담긴 한국적 뿌리의 의미
2026년 3월 20일 발매된 정규 5집 《ARIRANG》은 약 3년 9개월 만의 완전체 음반으로, 14곡에 BTS의 현재를 담았다. 제목은 한국의 대표 민요 ‘아리랑’에서 가져왔다. 빅히트뮤직은 그 선택이 한국에서 출발한 팀의 뿌리와 세계 어디서나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연결한다고 설명한다.
이 작품에서 한국적 정체성은 단순한 의상이나 장식 문양이 아니다. 수록곡 ‘Body to Body’에서는 현대적인 사운드와 아리랑의 소리가 한 곡 안에서 만난다. ‘No. 29’에는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가 사용되었다. 역사적 음향과 현대 대중음악이 같은 작품 안에 놓이면서 청중에게 서로 다른 시간의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이는 전통을 과거 그대로 재현한 음반과는 구별된다. 전통적 소재가 현대적인 음악 구성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하는 방식에 가깝다. 《ARIRANG》의 미학적 완성도는 개별 청중과 비평가가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오랜 시간 국제무대에서 활동한 한국 음악인이 자신의 뿌리를 다시 작품의 중심에 놓았다는 사실은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이다.
리드곡 ‘SWIM’이 삶을 계속 헤엄쳐 나아간다는 태도를 담았다는 공식 설명도 눈여겨볼 만하다. 출발점과 현재를 연결하되 성취의 순간에 멈추지 않으려는 서사는 한국적 이름의 앨범과 함께 현대적인 삶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무대 밖의 문화적 영향력과 그 한계
세계적 대중음악인은 공연장 밖에서도 사회적 대화의 중심에 설 수 있다. BTS는 2022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와 차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참여했다. 이전에도 유엔 관련 행사에서 청년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2017년 시작한 유니세프와의 ‘LOVE MYSELF’ 캠페인은 음악과 인도주의 활동의 접점을 보여준다. 유니세프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 BTS와 소속사, 팬들이 캠페인을 통해 약 670만 달러를 기여했다고 밝혔다. 기부액만으로 사회적 변화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으나, 문화적 영향력이 아동·청소년의 존엄과 폭력 예방 문제를 알리는 공적 활동에 사용될 수 있다는 사례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찬사와 현실의 균형이다. 음악은 법과 제도를 대신하지 못하고, 유명인의 발언만으로 구조적 차별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의 주의를 모으고 다른 삶의 조건을 상상하게 하며 사회적 논의를 넓히는 역할은 할 수 있다. 문화의 인류적 가치는 막연한 감동보다 이처럼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평가할 수 있다.
세계적인 성공이 남긴 문화산업의 과제
BTS의 성공을 한국의 모든 대중음악이나 문화산업에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수많은 예술가가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지 못한 채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음악 산업에서는 노동 환경과 계약의 투명성, 창작자의 자율성과 지속가능성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
따라서 문화 강국의 기준은 스타의 규모에만 있지 않다. 다양한 장르의 신인이 진입할 수 있는가, 창작에 참여한 사람이 정당하게 인정받는가, 대중성이 낮은 실험적인 예술도 유지될 수 있는가가 함께 중요하다. 한국적인 음악의 미래 역시 거대 공연장과 작은 공연장이 건강하게 공존할 때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한국 문화가 지닌 강점은 오랜 표현 전통을 보존하는 힘과 새로운 형식을 배우고 변형하는 속도, 협업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만들어 내는 역량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끊임없이 점검하고 발전시켜야 할 문화적 자산이지, 다른 문화보다 우월하다는 증거가 아니다.
한국에서 출발한 음악이 세계에 남긴 것
BTS는 세계 시장의 인정을 받은 한국의 음악 그룹이다. 동시에 한국적 경험이 세계적 공감을 얻는 과정을 보여준 문화적 사례이기도 하다. 그들의 여정은 고유한 언어와 정체성을 지닌 예술이 다른 문화권과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6년 《ARIRANG》의 선택은 이러한 여정에 하나의 원을 그린다. 먼 곳으로 나아간 음악이 출발한 자리의 소리를 다시 듣는다. 그리고 그 소리는 과거의 표본이 아니라 현재의 창작과 만나 새로운 작품 속에 들어간다.
한국 문화의 자랑은 세계인을 모두 우리와 같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한국에서 탄생한 노래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데 있다. BTS의 성취를 오래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요 자료 및 참고문헌
• BIGHIT MUSIC. (2026). *ARIRANG*. https://ibighit.com/ko/bts/discography/detail/arirang
• Apple Music. (2026). *ARIRANG by BTS* [Album editorial].
https://music.apple.com/us/album/arirang/1885720384
• 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Phonographic Industry. (2021). *BTS announced as the winners of 2020’s IFPI Global Recording Artist of the Year Award*. https://www.ifpi.org/bts-announced-as-the-winners-of-2020s-ifpi-global-recording-artist-of-the-year-award/
• 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Phonographic Industry. (2022). *BTS announced as the winners of IFPI Global Recording Artist of the Year Award*. https://www.ifpi.org/bts-announced-as-the-winners-of-ifpi-global-recording-artist-of-the-year-award/
• UNICEF. (2025). *Greatest hits for humanity A history of music and giving*.
https://www.unicef.org/stories/history-music-giving
• UNICEF. (2021). *UNICEF and BTS celebrate success of groundbreaking LOVE MYSELF campaign*. https://www.unicef.org/eca/press-releases/unicef-and-bts-celebrate-success-groundbreaking-love-myself-campaig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