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조서윤기자]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아프리카 기니비사우에서 추진되던 신생아 대상 B형간염 백신 임상시험이 윤리 논란 끝에 취소됐다. BBC에 따르면 연구 참여 신생아의 절반에게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출생 직후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설계가 국제적인 비판을 받았다. 연구진은 시험이 실제 시작되거나 신생아가 등록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시험은 1978년부터 기니비사우에서 활동해 온 반딤 보건 프로젝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신생아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절반은 출생 직후 B형간염 백신을 맞고, 나머지 절반은 해당 접종을 받지 않도록 계획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5년 12월 남덴마크대(SDU)에 연구비 160만 달러를 지원했다.
반딤 측이 밝힌 연구 목적은 출생 직후 B형간염 접종이 감염 예방 이외에 다른 건강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기니비사우가 아직 출생 직후 접종을 정례화하지 않은 만큼, 당초 예정된 2028년 도입 전에 영향을 연구할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감염이 널리 퍼진 국가에서 일부 신생아에게 권고 백신을 투여하지 않는 것이 타당한지 문제를 제기했다.
월터 카자디 물롬보 WHO 기니비사우 대표는 연구에 관한 질문을 받은 뒤 공개된 연구계획서를 찾을 수 없어 우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15개국 이상에서 30년 넘게 사용됐고 신생아 보호 효과가 입증된 예방수단을 일부 아기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이 핵심 윤리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염된 산모에게서 출산 중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니비사우에서는 인구의 약 5분의 1이 B형간염에 감염돼 있다. 현재 아동 대상 접종은 생후 6주에 이뤄진다. 영아기에 감염되면 만성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특히 높다. WHO는 정부와 함께 출생 직후 접종 도입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물롬보 대표는 당국이 기존 2028년 일정보다 조기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정부는 1월 아동 대상 B형간염 백신 시험을 금지하고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연구 평가를 위한 전문가 지원을 요청했다. 퀸힌 난토테 보건장관은 10월에도 중단 조치가 유효하며 각료회의가 이를 뒤집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덴마크대가 수정된 연구계획에 대해 현지 관계 당국의 윤리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하자 난토테 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남덴마크대의 야코브 그라우슬룬드 학장은 시험 참여자 등록이나 연구 목적의 백신 투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자체 연구윤리위원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라우슬룬드 학장은 덴마크 법상 의무는 아니지만 별도의 독립 평가도 요청했으며, 관련 법정 윤리심사기구는 심사를 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체 위원회 승인 뒤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나, 이것이 기니비사우 당국의 별도 허가를 대체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니비사우 사법경찰은 10월 19일 수도 비사우의 반딤 시설을 수색해 아동 접종용 B형간염 백신을 압수했다. 압수 물량과 구체적인 수사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압수 사실 자체가 백신의 결함이나 안전성 문제를 뜻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사가 임상시험 계획 또는 백신 수입과 관련됐는지도 명시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장관 아래에서 백신 정책 변경이 추진되던 시기에 지원됐다. 미국 백신 자문기구는 모든 신생아의 출생 직후 B형간염 접종 권고를 폐지하려 했으나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비판자들은 연구가 정책 변경을 뒷받침할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연구의 명시된 목적은 감염 예방 이외의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며 미국 정책 변경을 정당화하기 위해 설계됐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