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켭니다. 행간에 담긴 마음의 떨림 속에서 바쁜 일상에 잊히기 쉬운 '인권과 존엄'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인권온에어가 전하는 詩 한 편이 당신의 오늘에 다정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상을 받고도 다시 밥을 지은 사람
상을 받으면 보통 자기 몫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노력한 끝에 받은 것이니 기뻐하고, 때로는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기도 한다. 그런데 김진호 시인의 어머니는 조금 달랐다. 주간보호센터에서 개근상으로 받은 쌀 한 포대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가족의 밥을 지었다. 그 짧은 장면을 담은 시 한 편이 있습니다.
개근상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는 엄마
하루도 빠짐없이
문을 넘으셨다
개근상 부상은
쌀 한 포대라 했다
엄마는 그 쌀을 들고
집으로 와
또 밥을 지으셨다
상 받은 건
엄마가 아니라
우리 식탁이었다.
_김진호
처음 읽을 때는 ‘하루도 빠짐없이’라는 말에 눈이 간다. 몸이 가벼운 날만 있었을 리 없다. 가기 싫은 날도 있었을 것이고,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아침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어머니는 매일 그 문을 넘었다.
그렇게 받은 개근상의 부상이 쌀 한 포대다. 여기까지만 해도 따뜻한 이야기다. 그런데 시는 한 번 더 움직인다. 어머니는 그 쌀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밥을 짓는다. 자신이 받은 상인데 결국 가족이 함께 먹는다.
어머니들에게 밥은 참 오래된 일이다. 아이가 어릴 때도 밥을 짓고, 자식이 다 큰 뒤에도 집에 오면 “밥 먹었니?”부터 묻는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밥 한 끼에 마음을 넣어 놓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엄마 생각을 하면 얼굴보다 밥상이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김진호 시인은 그 장면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상 받은 건 / 엄마가 아니라 / 우리 식탁이었다”고 쓴다. 그 말을 읽고 나면 쌀 한 포대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개근상은 어머니가 받았지만, 상의 기쁨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에게까지 돌아갔다.
살다 보면 자기 것을 자기에게만 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것이 생기면 가족부터 떠올리고, 맛있는 것을 받으면 혼자 먹기보다 누군가와 나눈다. 너무 오래 보아 와서 당연하게 여겼던 모습인데, 시 한 편 속에 들어오니 다시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어머니는 개근상을 받던 날에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을지 모른다. 평소처럼 집에 돌아왔고, 평소처럼 쌀을 씻고 밥솥의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다만 그날 밥에는 이름 하나가 더 붙어 있었다.
엄마의 개근상.
시인 소개

김진호 시인은 소풍재활주간보호센터와 1981사골칼국수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감성시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감성시협회 아하시 4기·6기 과정을 수료했으며,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과 장면을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시에 담고 있다. 한국감성시협회 아하시 동인시집 4집 ‘모든 것이 아하!’를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