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추적=문증훈 기자] 보령시 민선9기 공약이 최초 76건에서 최종 74건으로 확정됐다. 보령시는 일부 공약의 사업 목적과 추진 내용이 유사하고 공약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어 통합·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약의 숫자가 줄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공약이 어떤 이유로 통합되거나 조정됐으며, 그 과정에서 당초 시민에게 제시한 정책 목표와 세부 내용이 그대로 유지됐는지 여부다.
뉴스추적이 2026년 10월 29일 보령시의 국민신문고 공식 답변을 토대로 민원 청구 내용과 답변을 대조한 결과, 보령시는 공약 조정의 기본적인 이유와 일부 사례는 설명했지만 전체 변경 내역과 개별 결정 근거까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공약은 단순한 행정 내부의 사업 목록이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시민에게 제시한 정책 약속이자 향후 시정 운영과 예산 편성의 기준이다. 따라서 공약을 통합하거나 조정했다면 그 과정과 결과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보령시 답변에 따르면 민선9기 출범 이후 공약사항을 발굴해 최초 76건의 공약안을 마련했다. 이후 소관부서별 실천계획 수립과 검토를 거쳐 최종 74건을 확정했다. 보령시는 공약 조정 이유로 사업 목적과 추진 내용의 유사성, 공약 관리 효율성을 제시했다.
공식 답변에 명시된 사례는 다음과 같다.
▲ ‘민간투자 유치 등 웰니스 글로벌 산업 육성’은 ‘웰니스 기반 산업 육성’ 공약과 조정했다.
▲ ‘노후 골목상권 브랜드화 및 아름다운 거리 조성’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추진’ 등 관련 공약과 조정했다.
두 사례를 통해 일부 공약이 다른 관련 공약과 통합·조정됐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그러나 이 사례만으로 전체 76개 공약이 어떤 방식으로 최종 74개 공약에 반영됐는지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여기서 정확히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최초 76건에서 최종 74건으로 줄었다는 것은 최종 공약 건수가 2건 순감했다는 의미다. 실제 변경 대상이 정확히 2건이라는 뜻은 아니다.
복수 공약을 하나로 통합했을 수도 있고, 일부 공약을 삭제하거나 새로운 공약을 추가하는 과정이 함께 있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최초 공약안과 최종 확정안을 항목별로 대조하지 않는 이상 실제 변경 유형과 대상의 전체 규모를 확정할 수 없다.
그런데 보령시 답변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 사항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 최초 76개 공약과 최종 74개 공약의 전체 비교 목록
▲ 통합·조정·삭제·신설·내용 변경 공약의 유형별 구분
▲ 각 공약의 변경 전후 명칭과 세부 사업 내용
▲ 개별 공약의 변경 사유와 검토 근거
▲ 변경 결정 시점과 최종 결정 주체
▲ 변경 과정에서 기존 정책 목표와 성과 목표가 유지됐는지 여부
결국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공약이 76건에서 74건으로 조정됐다는 결과와 일부 사례뿐이다.
공약 통합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사업 목적과 추진 내용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면 통합 관리는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통합 이후다. 기존 공약에 포함됐던 세부 사업이 최종 공약에 그대로 반영됐는지, 일부 사업이 제외됐는지, 추진 범위와 목표가 축소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웰니스 관련 공약을 하나로 조정했다면 민간투자 유치, 글로벌 산업 육성, 웰니스 기반 산업 육성이라는 각각의 정책 목표가 최종 계획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골목상권 브랜드화와 아름다운 거리 조성 사업을 전통시장 활성화 관련 공약과 조정했다면, 기존 골목상권 사업의 대상 지역과 추진 내용이 최종 계획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비교가 없다면 공약 통합이 단순한 관리체계 정비인지, 기존 약속의 내용과 범위를 바꾼 것인지 시민이 판단하기 어렵다.
보령시는 10월 21일 공약이행평가단 회의에 앞서 공약실천계획을 제공하고 회의 중 질의응답을 거쳐 74개 공약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회의 개최와 자료 제공, 질의응답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평가단이 전체 공약의 변경 내역을 어떤 기준으로 검토했는지, 기존 정책 목표의 유지 여부를 확인했는지, 수정·보완 의견을 제시했는지는 공식 답변에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회의를 개최했다는 사실과 공약 변경의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특히 보령시는 회의 과정에서 논의된 기타 사항을 참고해 공약 이행관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논의 내용과 반영 결과는 설명하지 않았다.
공약 변경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최초 공약안과 최종 확정안을 단순히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변경 전후의 차이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최소한 공약별 변경 전후 명칭, 세부 사업 내용, 변경 유형, 변경 사유, 검토 부서, 결정 시점, 최종 반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통합된 공약의 경우 기존 세부 사업이 최종 계획에 모두 포함됐는지, 일부 내용이 제외됐다면 그 사유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보령시가 말하는 공약 관리 효율성이 실제 시민과의 약속을 충실하게 관리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공약의 숫자와 관리체계를 단순화하는 데 그친 것인지도 최종 실천계획을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
보령시는 민선9기 공약을 최초 76건에서 최종 74건으로 확정했고, 일부 공약을 사업 목적과 추진 내용의 유사성 등을 이유로 통합·조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전체 변경 목록과 개별 결정 근거, 통합 이후 기존 정책 목표의 유지 여부는 답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 공약 조정이 부당했다거나 특정 공약이 의도적으로 축소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약을 변경한 행정기관이라면 변경 결과뿐 아니라 변경 과정과 판단 근거를 시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76건이 74건으로 바뀐 숫자만 공개하고 그 안에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하지 않는다면, 시민은 자신에게 제시된 정책 약속이 그대로 유지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보령시가 공개해야 할 것은 74건이라는 최종 숫자가 아니다. 최초 공약에서 최종 공약으로 이어진 변경의 전 과정과 그 판단 근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