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가르치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교사와 교수는 지식과 학문을 전하고,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은 원칙과 도덕, 심지어 정의까지 말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이처럼 가르침은 차고 넘치는데 정작 존경받고 삶의 본보기가 되는 어른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지식이 부족해서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오늘날처럼 고학력자가 많은 시대도 찾아보기 드물다. 석·박사학위 소지자는 늘어나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저마다 세상의 이런저런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지식의 양이 곧 인격의 깊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식은 배움으로 쌓을 수 있지만, 인격은 살아가는 태도와 실천 속에서 오랜 기간 갈고 다듬어야 비로소 발현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을까. 전공 지식일까, 아니면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일까.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질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을 대하는 태도와 말 한마디, 때로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은 오히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만이 아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삶의 태도를 보여 주는 일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스승의 말보다 행동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공정을 가르치면서 특혜를 누리고, 정직을 강조하면서 불리한 진실을 외면한다면 그 어떤 가르침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으로 눈을 돌리면 말과 행동의 괴리는 더욱더 뚜렷해진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사람이 자신의 잘못 앞에서는 예외를 찾고, 책임보다 변명을 앞세우는 모습을 우리는 낯설지 않게 봐 왔다. 문제는 실수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사회의 신뢰를 허물고, 나아가 도덕적 불감증마저 확산시킨다.
그렇다고 어른다운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보다 어린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잘못했을 때는 지위와 체면을 내려놓고 사과하며,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자신을 어른이라고 내세우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사람 곁에서 작은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가르침이 되는지 깨닫고, 꾸밈없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어른의 품격을 발견하곤 한다.
젊은 세대의 무례함을 탓하기 전에 기성세대 역시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과 성공의 가치만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실패한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와 성공하지 못한 삶의 존엄까지 보여 주었는지 한 번쯤 곱씹어 볼 일이다. 청년들이 기성세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책임을 젊은이들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는 이유다.
어른의 자격은 나이에 있지 않다. 흰머리는 세월이 만들어 주지만, 반면 인격은 살아온 흔적이 만들어 낸다. 오래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존경받을 수는 없다. 존경은 직함이나 나이가 아니라 그 사람이 보여 준 행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11월이다. 나무들은 여름 내내 품었던 무성한 잎들을 내려놓고 있다.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가 비워지면 마침내 나무의 본 모습이 드러난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날 학력과 직함, 재산과 권력이라는 잎을 모두 내려놓았을 때 무엇이 남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때 드러나는 모습이 바로 자신이 살아온 진짜 모습일 테니까. 나 역시 누군가를 가르쳤다는 이유만으로 어른의 자격을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를수록 남을 평가하는 일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훈계나 그럴듯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잘못 앞에서는 변명보다 책임을 앞세우고, 권위보다 배려를 실천하며,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신뢰를 소중히 여기는 그런 존경하고 싶은 어른이다. 이제 누가 어른답지 못한가를 따지기보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본받을 만한 어른인가?
[이윤배]
(현)조선대 AI·SW 학부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