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방송사의 한 시대를 대표하며 ‘국민 아버지’로 사랑받아 온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유족과 방송계 등에 따르면 최불암은 건강 악화로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29일 오후 10시30분께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져 오랜 기간 진행했던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물러나 재활에 힘써왔으나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반장’ 박 반장에서 ‘전원일기’ 김 회장까지
최불암은 한국 대중문화사에서 한 시대의 ‘아버지’를 상징했던 배우다.
1959년 연극 ‘햄릿’을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60년대 방송계에 진출한 뒤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특히 MBC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강직하면서도 인간적인 형사 박영한 반장 역을 맡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1971년 시작된 ‘수사반장’은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최불암은 작품을 상징하는 배우가 됐다.
그를 ‘국민 아버지’로 각인시킨 또 하나의 작품은 **‘전원일기’**였다.
1980년부터 장기간 방영된 ‘전원일기’에서 그는 양촌리 김 회장 역을 맡아 묵묵히 가족을 지키는 한국의 전통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줬다.
화려한 표현보다는 따뜻한 눈빛과 묵직한 연기로 평범한 가장의 삶을 그려낸 그의 모습은 세대를 넘어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았다.
‘제1공화국’부터 ‘여명의 눈동자’까지…한국 방송사의 산증인
최불암의 연기 영역은 ‘수사반장’과 ‘전원일기’에 머물지 않았다.
‘제1공화국’, ‘제2공화국’, ‘여명의 눈동자’, ‘영웅시대’, ‘궁’, ‘식객’ 등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에 잇달아 출연했다.
영화에서도 ‘빛과 그림자’, ‘잠복근무’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났으며, 2018년에는 약 25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오르며 연기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줬다.
연극과 영화, TV 드라마를 넘나든 그의 연기 인생은 67년에 이른다.
14년간 ‘한국인의 밥상’…배우 넘어 이웃들의 이야기 전해
말년의 최불암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이었다.
그는 2011년부터 약 14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며 전국 곳곳의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삶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전원일기’에서 한국 농촌의 아버지를 연기했던 배우가 세월이 흘러 실제 전국의 농어촌과 시장, 가정의 밥상을 찾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진행자로 변신한 것이다.
특유의 낮고 편안한 목소리와 따뜻한 시선은 프로그램의 상징이 됐다.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재활에 들어가면서 프로그램에서도 물러났지만, 그의 모습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을 상징하는 얼굴로 남았다.
어린이·청소년 위한 나눔에도 평생 관심
최불암은 연기뿐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에도 오랜 기간 참여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으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유족은 고인의 뜻을 기려 장례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30일부터 조문객을 받고 있다.
정부, 故 최불암에 ‘금관문화훈장’ 추서
정부는 고인이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불암이 67년 동안 배우로 활동하며 국민 곁을 지켜온 대표적인 문화예술인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0일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전달했다.
최 장관은 고인을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큰 선배이자 버팀목으로 평가하며 ‘수사반장’과 ‘전원일기’, ‘한국인의 밥상’ 등을 통해 오랜 시간 국민의 일상을 따뜻하게 위로했다고 추모했다.
김혜수·고두심·나문희 등 연예계 추모 행렬
빈소에는 고인과 오랜 세월 인연을 맺어온 문화·연예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배우 나문희와 고두심, 박근형, 선우용녀, 길용우, 차인표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최불암을 아버지처럼 따르며 ‘딸’을 자처했던 배우 김혜수도 빈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추모했다.
가수 조용필과 배우 김혜자, 방탄소년단(BTS) 제이홉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근조 화환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정계와 정부 관계자들의 조문도 이어지는 등 고인의 별세 소식에 사회 각계에서 추모가 계속되고 있다.
‘영원한 수사반장’이 남긴 67년
강직한 형사 박영한 반장으로 범죄자들을 쫓았고, 양촌리 김 회장으로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품었다.
그리고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전국의 평범한 사람들과 마주 앉아 한 끼의 밥과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전했다.
최불암은 생전 배우를 ‘광대’라고 표현하며 예술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왔다.
화려한 스타보다는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는 배우를 꿈꿨던 그의 67년 연기 인생은 한국 현대 방송·문화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수사반장’의 박 반장으로, ‘전원일기’의 김 회장으로, 그리고 수많은 시청자의 기억 속 ‘국민 아버지’로 살아온 배우 최불암.
그의 별세 소식에 세대를 넘어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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