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에는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선다.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하는 한 끼 식사를 기다리는 노인들이다. 수십 명씩 이어지는 행렬은 어느새 수백 명에 이른다.
지난 26일 찾은 탑골공원 주변에서도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긴 행렬을 볼 수 있었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공원 담장을 따라 노인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대부분 머리가 희끗희끗한 고령자들이었다. 누군가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했고, 누군가는 두 손을 뒷짐 진 채 묵묵히 차례를 기다렸다.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특별한 음식이 아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반찬 몇 가지가 전부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이 한 끼가 하루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식사이기도 하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정부 지원 없이 민간의 후원과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급식소 입구에는 '본 무료급식소는 정부 지원 없이 순수 민간지원으로 운영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급식소 운영을 위해 누군가는 쌀을 보내고, 누군가는 반찬값을 보태며, 또 다른 누군가는 직접 찾아와 배식과 설거지에 힘을 보탠다. 지난 24일 배식 현장에서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여성 자원봉사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국적과 언어를 넘어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한 끼를 나누려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곳을 찾는 노인들이 모두 서울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는 물론 충남 아산 등 먼 지역에서 수도권 전철을 이용해 찾아오는 노인들도 있다고 한다.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이용하면 교통비 부담 없이 서울까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유는 그만큼 절실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소는 단순히 밥을 먹는 장소가 아니다. 끼니를 해결하고 사람들과 마주하며 하루를 보내는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에서 제공하는 하루 한 끼에 의지해 생활하는 노인들도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 노인 빈곤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경제 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노년의 삶이 모두 풍요로운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일했던 세대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노후에는 생계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탑골공원 주변은 이러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서울 도심의 번화한 거리와 상업시설 사이로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화려한 도시의 풍경과 한 끼 식사를 걱정하는 노년의 현실이 한 공간에서 교차한다. 민간 후원과 자원봉사로 이어지는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활동은 우리 사회의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노인들의 기본적인 식생활마저 민간의 선의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노인 빈곤 문제를 자원봉사와 기부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과 공공급식 지원, 지역사회 돌봄체계 확충 등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탑골공원 담장 아래 길게 늘어선 노인들의 행렬은 단순한 무료급식 대기 줄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노후 빈곤의 현실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한 끼 식사를 위해 먼 길을 달려오는 노인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복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