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없는 부, 정성 없는 창작, 노력 없는 수익.”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동영상 플랫폼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AI 자동화 마케팅의 핵심 메시지다. 인공지능(AI) 챗봇이 쇼핑몰 운영을 대신하고 하루에도 수십 개의 숏폼 영상을 자동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별다른 노동 없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기술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부풀린 과장 마케팅일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별다른 위험이나 노력 없이 안정적인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비법을 소액의 강의나 전자책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구조부터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결국 자동화 시스템 자체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상품화해 강의와 전자책, 컨설팅 등을 판매하는 시장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AI 자동화라는 새로운 기술이 일확천금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편리함과 생산성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 스스로 노동과 창작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AI를 이용해 클릭 몇 번으로 비슷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성하고 깊이 없는 결과물을 공장처럼 쏟아내는 행위를 무조건 혁신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지면서 누구나 유사한 콘텐츠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시장에는 비슷한 글과 이미지, 영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콘텐츠 하나하나가 확보할 수 있는 관심과 경제적 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콘텐츠 시장의 과잉 공급을 촉진하는 역설이 나타나는 셈이다.
생성형 AI의 부작용은 단순히 콘텐츠의 질적 저하에만 머물지 않는다. AI로 제작하거나 변형한 허위영상물, 이른바 딥페이크를 비롯해 위조된 이미지와 문서, 조작된 정보가 범죄나 사기에 악용되는 사례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AI를 이용해 사실처럼 보이는 허위정보를 만들어내는 일이 쉬워질수록 이용자가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조작된 것인지 판단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자극적인 제목과 이미지, 감정을 겨냥한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면 디지털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자산인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해 글로벌 플랫폼들도 양산형·반복형 콘텐츠에 대한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AI 사용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동일한 형식의 콘텐츠를 대량 복제하거나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콘텐츠를 걸러내려는 방향이다.
AI 생성물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논의도 확대되고 있다. 결국 AI를 이용해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느냐보다 그 콘텐츠에 어떤 정보와 가치, 독창성을 담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시장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AI를 이용하면 잠자는 동안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홍보가 놓치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소비 시장은 결국 인간의 소득과 구매력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기술 자동화가 고용과 소득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면 단순히 생산과 광고를 자동화한다고 해서 시장 전체가 무한히 성장할 수는 없다.
상품을 아무리 빠르게 만들고 정교한 광고를 무한대로 노출하더라도 이를 구매할 소비자의 소득과 신뢰가 없다면 시장은 작동하지 않는다. 생산 효율만을 극대화하는 기술 발전과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경제 성장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AI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AI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걷어내는 일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시간과 노동을 줄이고 창작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도구가 인간의 판단과 창의성, 책임까지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문제가 시작된다.
제작자의 고민과 경험, 관점이 사라진 채 대량 복제되는 콘텐츠는 결국 서로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AI가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험과 해석, 개성, 진정성의 가치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그러나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은 반드시 필요하다. AI가 인간의 창조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생각하지 않고 복제하는 편리한 기계에 머물 것인지는 결국 사용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려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얼마나 자동화했느냐’가 아니라 ‘자동화를 통해 무엇을 만들어냈느냐’에서 결정될 것이다. 잠자는 동안 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약속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인간의 판단과 창작, 책임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