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일상과 교실, 직장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AI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 멈추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기준 마련이 시급한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의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6일 서울스퀘어에서 제3차 전체회의(하정우 상근 부위원장 주재)를 열고, 향후 대한민국의 AI 법제 방향을 총괄하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입법 프레임워크'를 심의·의결했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던 AI 규제 법안들의 기준을 하나로 모으고, 기술 혁신을 지원하되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고위험 AI에는 즉각 개입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원칙이 처음으로 선포된 것이다.
법안 477건 난립 시대… 정부가 세운 '입법 나침반'
이번 정부 대책이 나온 배경에는 지난 22대 국회 개원 이후 무려 477건에 달하는 AI 관련 법률안이 쏟아지며 발생한 산업계와 교육 현장의 극심한 혼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지난 21대 국회 4년간 발의된 170건과 비교해 월평균 약 4.7배나 폭증한 수치다.
이에 정부는 새로운 개별법을 난립시키는 대신 'AI 기본법' 제정을 중심에 두고 기존 법률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원칙을 세웠다. 규제 일변도의 조항을 지양하고 민간이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국방·국가안보 분야는 별도 특례 입법으로 분리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초지능 대응, 사이버 복원력 등 국가 핵심 7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848개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인프라 구축에도 착수했다.
"학생 표정 읽어 집중도 점수화?"… 교실로 번진 '금지 AI' 논쟁
정부의 입법 기준 발표와 맞물려 국회와 시민사회에서는 일상 속 '금지해야 할 AI의 경계선'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불붙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금지 AI' 토론회에서는 잠재의식 조작, 사회적 평점제, 실시간 안면인식 감시와 함께 '직장 및 학교 내 AI 감정 분석 시스템'이 핵심 규제 대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일부 에듀테크 기술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웹캠 표정이나 시선 처리를 분석해 "집중도 점수"를 매기거나 감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이 도입되면서, 자칫 학생들의 내면 상태까지 AI로 통제·서열화할 수 있다는 학부모와 교육계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학생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표정마저 평가의 잣대가 될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와 정서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 금지만으론 한계… 학교 현장 가이드와 상담 지원 병행돼야"
교육 현장에서는 규제의 필요성에는 깊이 공감하면서도, 기계적인 '사용 금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토론회에 참여한 대구하이텍고 권태형 교사는 "학생들의 인권과 심리적 안전을 위한 규제 방향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일방적인 금지만으로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며 "교사들의 AI 리터러시 역량 강화와 함께 학생들의 정서를 보듬을 수 있는 전문 상담 인력 확충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AI 도구를 차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기술의 감시와 편향을 스스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교육적 토양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술의 따뜻한 울타리'
기술의 발전 속도는 언제나 법과 제도의 속도를 앞서간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자유로운 생각과 순수한 감정의 영역까지 침범할 수는 없다.
이번 정부의 입법 프레임워크와 '금지 AI' 논쟁은 우리 사회가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은 '인간 존엄성'이라는 본질을 비로소 진지하게 묻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마저 분석당하는 '감시의 AI'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을 키워주는 '성장의 AI'다.
정부의 이번 입법 나침반이 교실과 일상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지키는 안전한 울타리가 될 수 있을지, 교육 현장과 학부모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