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담일보=박주은기자] 국제유가 상승과 중동 지역의 공급망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에너지 수입비용이 크게 늘었다. 원유 수입 물량은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도입단가가 상승하면서 전체 수입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공급 물량 확보뿐 아니라 가격 변동과 해상 운송 여건을 관리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6년 11월 1일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10월 에너지 수입액은 16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6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액은 727억8,000만 달러로 36.0% 늘었다. 에너지 수입 증가율이 전체 수입 증가율을 웃돈 것이다.
원유 수입 구조를 살펴보면 물량과 가격의 흐름이 엇갈렸다. 10월 원유 수입 물량은 전년 동월보다 6.3% 감소했지만 도입단가는 62.0% 상승했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액은 107억 달러로 51.9% 증가했다. 수입량이 줄었음에도 국제 가격 상승에 따른 단가 부담이 수입액을 끌어올린 셈이다.
산업부 발표에서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0.7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가격 상승의 원인을 특정 지역의 정세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제 원유 시장의 수급 전망과 지정학적 위험, 운송 여건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에서도 가격과 물량의 차이가 나타났다. 10월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80.0% 증가했지만 수출 물량은 7.5% 감소했다. 석유화학 수출액도 27.5% 늘어난 반면 물량은 6.8% 줄었다. 수출액 증가율만으로 산업의 생산·판매 물량이 함께 확대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중동 지역의 긴장은 원유 가격뿐 아니라 해상 운송과 물류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주요 수송 경로로 꼽힌다. 이 지역의 통항 여건이 악화하면 선박 운항 일정과 보험료, 운송 경로 등에 부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는 11월 2일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최고경영자의 발언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의 차질 이후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약 10억 배럴이 소진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수치는 업계 최고경영자가 제시한 설명으로, 독립적으로 확인된 전 세계 재고 통계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로이터 보도는 운송·물류 비용이 배럴당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보다 커졌다는 그의 경고를 함께 전했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는 국제 가격과 운송 여건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원유와 석유제품의 도입비용은 정유·석유화학 산업뿐 아니라 운송과 제조업 등 에너지를 사용하는 여러 분야의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실제 기업별 부담 규모는 구매 시점과 계약 조건, 재고, 환율, 제품 가격 전가 여부 등에 따라 달라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정부는 단기적인 공급 물량 확보 상황에 대해서는 안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BS WORLD가 10월 13일 전한 정부 설명에 따르면 10월과 11월 원유 공급 물량은 전년도 평균의 100%를 웃도는 수준으로 확보됐으며, 나프타도 10월에는 필요 물량의 100%, 11월에는 거의 100%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설명됐다. 정부는 당시 국내 공급에 즉각적인 차질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가격 부담까지 해소됐다는 뜻은 아니다. 국제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운송 비용이 추가로 늘어나면 국내 기업의 원료 조달비와 운영비 부담은 계속될 수 있다. 공급 안정과 비용 안정은 별도로 살펴야 하는 과제다.
에너지 가격 변동은 단순히 원유 수입액의 증감에 그치지 않는다. 수입 물량과 도입단가, 운송 경로, 기업의 재고와 계약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국 산업이 받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