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증가에도 확장 정체의 실체와 원인
어도비(Adobe)가 2026년 공개한 '2026 AI 준비 상태 보고서(Adobe 2026 State of AI Readiness Report)'(Incisiv 조사)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기업들은 AI(인공지능) 투자를 늘렸음에도 대다수가 '실험 단계'에서 조직 전체로의 확장에 실패하고 있다. 핵심 결론은 단순하다.
투자 규모는 커졌지만 확장 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해 AI의 실질 효과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 구조적 문제 하나만으로도 기업의 전략·인력·정책 우선순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데이터가 드러내는 현실은 냉혹하다. 보고서는 동남아 조직의 57%가 AI를 시범 운영하거나 배포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AI 리더로 분류되는 기업은 전체의 6.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AI 투자 결정 권한을 가진 고위 임원 461명이다. 이 수치는 단순 통계가 아니라 조직 내부 프로세스와 운영 모델의 차이가 생산성·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적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57%의 기업이 '얼어붙은 중간(frozen middle)'에 갇혀 있다는 표현 그대로, 시작은 했지만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가 동남아 AI 도입의 현주소다. 투자 확대와 실제 활용 사이의 괴리도 뚜렷하다.
전체 응답자의 73%가 전년 대비 AI 투자를 늘렸다고 답했지만, 48%는 첫 활용 사례를 개발 중이거나 실패 후 중단한 상태였다. AI 실험에서 초기 배포까지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기업이 60%이며, 12개월 이상 걸린다는 응답도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 긴 전환 기간은 기술 성숙도의 문제라기보다 조직 내 의사결정·검증·보안·규모화 역량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방증한다. 투자금을 쏟아부어도 내부 운영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성과는 파일럿 단계에서 멈춘다.
구조적 병목의 핵심은 '비즈니스-IT 단절'이다. 응답 기업의 78%가 여전히 비즈니스 팀이 요청을 제출하고 IT 팀이 솔루션을 제공하는 '티켓팅 모델(ticketing model)' 방식으로 AI를 다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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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AI 제안의 약 36%가 IT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고 18%는 전략 단계에서 거부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술 검증 과정이 비즈니스의 필요와 동기화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교한 AI 솔루션도 현장에 닿기 전에 걸러진다. 기술적 관문을 조직 설계로만 해결하려는 접근은 실패 확률을 높일 뿐이다.
한국 기업에 주는 전략적 시사점
동남아의 스타트업은 예외적으로 빠른 실험과 적용을 보여주었다. 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실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며 빠른 프로토타입과 반복 검증을 통해 일부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 성공 사례가 대기업·공공기관의 표준 운영 모델로 전파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현지 생태계에서 나온 기능적 해결책이 조직 경계와 규제·인력 구조에 맞게 재설계되지 않으면 파편화된 성과에 머문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사이에 놓인 이 간극이 동남아 AI 생태계 전체의 성숙을 가로막는 또 다른 벽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자금 부족'이나 '기술 미성숙'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두 가지 구조적 요인이 핵심이다.
첫째, 조직의 거버넌스와 책임체계가 미흡하다. AI 프로젝트는 데이터 수집·모델 개발·보안·운영·윤리 검토 등 복합적 단계를 필요로 한다. 현재 많은 기업이 이 복잡한 과정을 여전히 티켓형 요청-응답 구조에 기대어 추진한다.
둘째, 인력 재배치와 운영 모델 전환 비용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AI 리더로 분류된 6.3% 기업은 이미 운영 모델을 구축해 여러 워크플로우에 걸쳐 AI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인력·프로세스·평가지표를 실질적으로 바꿔 투자 수익을 실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부는 '동남아는 규제 불확실성과 인프라 문제 때문에 AI 확장이 당연히 느리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규제·디지털 인프라 격차가 실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규제와 인프라 문제만으로 설명하면 조직 내부의 설계 결함을 간과하게 된다. 보고서가 짚어낸 핵심 실패 지점은 기술이 아닌 '운영 확장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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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환경이 동일하더라도 내부 운영 모델을 바꾼 기업은 시범에서 배포로의 전환 속도가 빨랐다. 문제의 핵심은 외부 여건이 아니라 내부 구조 재설계에 있다. 정책 측면에서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할 수 있다.
하나는 기업 내부에서 비즈니스와 IT의 협업 규칙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단순 티켓팅이 아니라 공동 책임(Joint Ownership) 모델을 인센티브화해야 확장의 속도가 붙는다. 다음으로 중간관리자급의 'AI 운영 역량'을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보고서의 6.3% AI 리더 기업들은 중간관리자층의 역할 재정립을 통해 확장을 이뤘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해 '확장용 테스트베드'를 제공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실험적 성과를 대기업·공공 영역으로 이전할 수 있는 플랫폼 없이는 생태계 전반의 성숙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조직 설계로 깨야 할 '얼어붙은 중간'
본지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업과 정부가 동남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이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은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조직·운영 모델이 현지에 맞게 조정되지 않으면 투자 대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동남아에서 '기술 수출'을 하려면 AI 솔루션만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 설계와 운영 모델 전환을 포함한 컨설팅형 서비스로 사업 모델을 재구성해야 한다.
정부는 현지 기업과의 협업 촉진과 함께 표준화된 확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전망은 명확하다. AI 투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지만(응답자 73%가 투자 증가를 보고했다), 투자 효과는 확장 역량의 개선 속도에 좌우된다.
동남아에서 '얼어붙은 중간'을 깨는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다. 반대로 내부 구조 개선을 미룬 기업은 초기 투자에도 경쟁에서 밀릴 위험이 크다.
기업과 정책 입안자는 이제 '투자 규모'가 아니라 '투자의 실행력'을 측정해야 한다. 조직 설계와 운영 모델 전환 역량을 함께 갖출 때 비로소 시장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동남아의 AI 시장은 기술적 실험의 장에 머물고, 실질적 경제 효과는 제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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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Marketing-Interactive 및 TechPulse Insider의 2026년 보도와 어도비의 '2026 AI 준비 상태 보고서'(Incisiv 조사, 2026)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기사 제목 및 기자명은 원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아 매체명과 연도만 표기한다.
FAQ
Q. 한국 기업이 동남아에서 AI 확장 성공률을 높이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하나?
A. 우선 내부 운영 모델을 재설계해 비즈니스와 IT의 공동 책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티켓형 요청-응답 방식을 공동 책임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다음으로 중간관리자층에 대한 재교육과 KPI(핵심성과지표) 재설정이 필수적이다. 어도비 보고서가 확인한 6.3% AI 리더 기업들은 이 두 요소를 선제적으로 갖춘 공통점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 구조를 통해 파일럿 성과를 빠르게 확장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성과 전파 속도가 빨라진다.
Q.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A. 정부는 표준화된 '확장 가이드라인'과 테스트베드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와 공공 데이터 개방을 통해 기업의 실증과 확장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소기업이 운영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확장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단순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기업의 실행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Q. '얼어붙은 중간'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실무 지표는 무엇인가?
A. 파일럿 대비 실제 배포 비율, 초기 배포 소요 기간(6개월·12개월 기준선), AI 제안의 IT 평가 통과율(어도비 보고서 기준 36% 탈락), 비즈니스-IT 협업의 공동 책임 구조 여부가 핵심 지표다. 이 네 가지 지표를 분기 단위로 추적하면 확장 병목이 어느 단계에서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IT 평가 탈락률이 30%를 넘는다면 운영 모델 전환이 시급하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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